본문 바로가기

독일 일상

[독일 일상 이야기] 세탁기가 고장이 났다. 1

독일에서 가전제품이 고장 나면 어떻게 할까요?
수리센터에 전화하면 해결이 될까요?
세탁기 수리를 위한 고난의 여정, 지금부터 들려드립니다.

 

한참 부엌 조립에 여념이 없던 어느 날,

문득 생각해 보니, 내일 당장 입을 옷이 없는 겁니다. 

그래서 부랴부랴 빨래 한가득 안고서, Waschkeller로 내려갔습니다.

새로 이사 온 집에서는 모든 세대가 세탁기를 큰 창고(Waschkeller)에 모아놓고 사용합니다.

창고 문을 열고 들어가니, 사용한 지 1년이 넘은 삼성 세탁기가 저를 반깁니다. 

잠깐의 인사를 나눈 뒤, 가져온 빨래들을 밀어 넣고 세탁을 시작했습니다.

이사하는 동안에 별일이 없었는지 걱정도 되고 해서, 잠깐 지켜보기로 했습니다. 

그런데....
세탁기에서 물이 새기 시작합니다.

 

급히 세탁을 중지한 다음 안을 들여다봤더니, 사진처럼 세탁기 고무링이 약간 찢어진 것이 보입니다.

 

너무 심하게 충격을 받은 나머지 바닥에 주저앉고 말았습니다. 

이번에는 또 돈이 얼마나 깨져야 되는 건지, 정말이지 앞이 캄캄했습니다. 

아이스 아메리카노를 마시면서 생각해 보려고 일단은 집으로 돌아왔습니다만

진.퇴.양.난

세탁기가 고장난 날, 집안 꼴은 요모양이었다.

 

집안 거실에서는 아직 조립 중인 부엌이 기다리고 있고, 창고에서는 세탁기가 물을 토해내고 있네요.

머리가 너무 복잡해져서 밖에서 산책을 좀 하면서 커피를 마시기로 했습니다. 

좀 진정이 된 다음에 집으로 돌아왔습니다. 

그래, 일단 빨리 수리부터 해야 한다!

 

돈은 둘째 치고, 세탁기가 저 모양이면 생활이 되지를 않으니까요! 그래서 핸드폰을 꺼내 들고, Samsung Waschmaschine Service-Hotline (삼성 서비스 핫라인) 을 검색한 뒤 전화를 했습니다. 

놀랍게도 오래 기다리지 않고, 상담원과 연결이 되었습니다. 독일에선 절대 흔한 일이 아닙니다. 시작이 좋네요!

한참 상황 설명을 했더니, 다른 담당 부서를 연결해 줄 테니 기다리고 있으라고 합니다. 

기꺼이 그러겠다고 했더니, 통화가 그냥 끊겨버렸습니다. 역시나입니다.

 

 

진정을 한 후 다시 전화를 겁니다.

한참을 기다려 상담원 연결이 됩니다.

상황 설명을 처음부터 다시 합니다. 

직원은  서비스 신청이 접수가 되었으며, 기술자 쪽에서 다음 주에 출장 예약을 잡기 위해 연락을 취할 거라고 친절하게 알려줬습니다.  

하지만... 너무 순조로워서 불안하다.

독일 생활을 좀 해보신 분은 어느 정도 느낌으로 아시겠지만, 이런 서비스를 받는 게 이렇게 순조로울리가  없습니다.

삼성 쪽에서 출장기사가 오지 않을 가능성도 있기 때문에, 얼른 주위에 빨리 올 수 있는 수리기사가 있는지 검색해 봅니다. 

다행히 자영업 형태로 수리 출장을 와주는 전문가들을 찾을 수 있었습니다. 

하지만 고무링을 주문하고 배송될 때까지 기다려야 되기 때문에 예약은 최소 일주일이 지나야 가능하다는 얘기를 들었습니다. 일주일이면 빠른 편입니다. 

그러나 이것도 너무 순조로웠습니다. 

부품을 주문하기 위해서는 당신의 방문이 필요합니다.

통화 중에 갑자기 수리기사가 자기 가게로의 방문을 요구했습니다. 이유는 주문된 부품이 배송된 후에 수리를 취소하는 고객이 종종 있기 때문이라네요. 그렇게 버스를 타고 가게를 방문하러 갔습니다.

그러나! 

오후 3시 이후에 가게에 있을 거라는 그 사람은 없었고, 그 가게의 직원으로 보이는 여성분이 정중하게 내일 다시 방문해 달라고 했습니다. 그럴 일은 없다고 하자 보이는 그 여자분의 냉소적인 표정이 너무 짜증 났습니다.

부품을 주문하기 위해서는 세탁기를 우리에게 가져다주셔야 합니다.

 

다른 곳에 전화하자, 이번에는 세탁기를 가게로 가져다 달라고 합니다. 자가용이 없어서 힘들다고 하자, 아주 길게 자기가 그렇게 요구할 수밖에 없는 이유를 설명했습니다만 (우리가 세탁기를 우선 보고 진단을 해야 하며, 여기서 진단이라고 함은 정말 고무링만 찢어진 것인지, 아니면 다른 결함이 있는지를 확인하는 과정이며,  모델명과 시리얼 번호를 확인한 후 부품을 주문해야 하고, 수리 후에 제품이 정상적으로 작동하는지도 확인해야 되고 등등).. 그렇다고 세탁기를 지고 갈 수 없으니, 길게 얘기를 해본다 한들 무슨 소용이 있었을까요.

우선은 진단을 포함해  최소 2회의 방문이 필요합니다. 


다음에 전화한 곳은 진단만을 위한 방문 1번, 그리고 부품을 주문한 이후에 수리를 위한 방문 1번, 총 2번 방문을 해야 된다고 합니다. 비용은 총 합쳐서 250에서 300유로를 얘기하네요. 웬만한 저가 세탁기 가격입니다. 

차라리 새 제품을 사는 게 낫지 않을까?

박살이 난 거실 끝에 놓여 있는 소파에 쪼그리고 앉아서 여기저기 전화를 돌리다 보니 너무 지쳐서, 딱 한 군데만 더 전화해 보기로 했습니다. 다행히 이번에 통화한 곳은 주인을 안심시키기 위해 가게에 들를 필요도 없었고, 세탁기를 지고 갈 필요도 없었으며, 방문은 한 번이면 족하다고 합니다. 하지만 주문 사이트에 모델명과 맞는 고무링이 중복으로 검색이 되어서, 삼성 쪽에 확인하는 과정이 2-3일 정도 필요하다고 합니다. 

부품은 주문되었으며, 우리가 제공할 수 있는 가장 빠른 예약은 이번주 금요일입니다.

다음 주 월요일이 되자 친절하게도 직원이 직접 연락을 줘서, 예약 날짜를 알려줬습니다.  이렇게 하여 11월 8일 세탁기에서 물이 샌다는 걸 알게 된 저는 하루 온종일 사투를 벌여 예약을 잡은 뒤 , 11월 17일 금요일이 되어서야 세탁기를 수리할 수 있게 되었었습니다. 

그럼 삼성 서비스센터에서는 연락이 왔을까요?

지금 현재 11월 21일 오후 10시 15분까지 삼성 서비스 센터에서는 단 한 번도 연락이 오지 않았습니다. 뭐 예상했던 바라 화도 나질 않네요. 

 

언젠가는  블로그 주제로 독일인들이 삼성 서비스 욕하는 댓글을 소개하는 건 어떨까 싶은 생각이 드는 그런 날이네요.

다음 포스팅으로 수리 기사 할아버지의[ 분노의 세탁기 수리, 부제: 할아버지는 삼성을 싫어해 ]를 다룰 예정입니다.

 

COMING SOO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