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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 일상

[독일 일상 이야기] 세탁기가 고장이 났다! 2 (부제:수리 기사 할아버지의 분노의 세탁기 수리)

 

세탁기가 고장이 났습니다. 
이사후 오랜만에 빨래를 하려고 했더니, 이렇게 고무링이 찢어져 있었다.

약속된 날짜에 선물처럼 수리기사님에게서 전화가 왔습니다...만, 

전화를 받을 수가 없었습니다. 

그날 인터넷을 연결했는데, 라우터가 작동을 안 하는 겁니다. 

인터넷 기사님은 '연결은 됐어! 내 일은 여기까지야' 이러고 가버리셨고, 

저는 그렇고 또 홀려 남겨져, 핸드폰을 붙들고 인터넷 고객센터랑 통화 중이었거든요. 

인터넷이냐 세탁기냐
그것이 문제로다.
저는 당연하게도 인.터.넷을 선택했고, 그렇게 저는 세탁기 수리기사님의 전화를 씹어 버렸습니다. 

 

 

다행인지 알 수 없지만,

초인종이 고장이 나서 건물관리인이 출입문을 열어놨고 (또 그렇게 일주일이 지나갈 모양임),

그렇게  홀연히 건물 출입문을 통과하여 할아버지 한 분이 수리도구 가방을 들고 그렇게 현관문 앞에 서계셨습니다. 

적어도 나의 눈에 수리 기사님은 이렇게 보였다.

 

너무 반가웠던 저는 잠시 통화를 멈추고는 애절한 눈빛으로 상황 설명을 드렸고, 

 

할아버지는 알았다는 듯이 고개를 까딱하여 지하를 가리켰고,

그렇게 우리는 함께 지하로 내려갔습니다. 

 

거기서 할아버지는 익숙하게 세탁기를 분해하기 시작했고, 

저는 바로 그 옆에서 인터넷 회사와 전화 통화를 이어갔습니다.

그러나...옆에서 지켜보던 저는 통화를 이어갈 수가 없었습니다. 

신호가 약해, 대화를 더 이상 이어갈 수 없었기도 하지만, 

처음에 전동 드라이버를 훽훽 돌려가면 나사를 푸는 묘기를 보여주시던 할아버지는,

분명 세탁기 무게를 버거워하고 계셨던 겁니다.

그렇게 세탁기는 수리 내내  제 허벅지와와 옆 세탁기에 걸쳐졌습니다.

 

그렇게 힘겹게 세탁기에서 상판을 떼어낸 후, 

고무링을 고정시키는 나사를 풀던 할아버지는 외치기 시작했습니다. 

Das darf doch nicht wahr sein! 
Das ist keine Arbeit! Das ist keine Arbeit!

 

해석하자면, 이게 사실일리가 없어!(말도 안 돼!), 이건 일이 아니야 (똥개 훈련이야!) 이런 느낌?

할아버지는 정말로 힘들어하고 계셨지만, 매정한 나사는 풀리질 않았습니다(이런 경로사상 상실한 삼쏭같으니라고). 

이제는  세탁기 앞판까지 뜯겨 나갔습니다. 

상판과 연결된 전기선이 다치지 않도록 상판을 붙들고 있던 저는 이제 다른 한 손으로 앞판을 받쳐 들기 시작했습니다. 

이제 전면에 드러난 나사와 할아버지는 또 사투를 벌이셨습니다. 

그러더니 하시는 말, 이거 못써, 다시 주문해야 돼!

그러니까  또 일주일을 기다리라고!???????
나사 하나를 못 풀어서?

 

 

이제는 제가 헐크가 되어버렸습니다. 더 이상 맞장구를 쳐줄 수도 없었고, 그냥 대꾸 없이 째려보기 시작했습니다. 

그랬더니 할아버지가 조욯히 다시 나사를 풀기 시작합니다. 나사는 여전히 풀릴 생각이 없습니다. 

이제 할아버지는 고무링 고정 철사를 통째로 뜯어내기 시작합니다.

이제는 나사가 고정된 곳을 잡고 나사를 살살 돌리기 시작하니, 나사가 풀리기 시작합니다. 

이제 고무링을 끼울 수 있게 됐습니다... 만!

고무링을 철사로 한번 둘러 위에서 나사로 고정시켜야 되는데,

이번에는 나사가 잠기지를 않는 겁니다. 

그렇습니다. 풀지 못해 세탁기 앞판까지 뜯어내게 만든 나사가 이번에는 잠기지를 않습니다.

 

도대체 왜 삼쏭을 쓰는 거야, Siemens도 있는데!
나는 한국에서 만든 물건들이 너무 싫어! 핸드폰도 그렇고, 이젠 세탁기도! 사람은 당연히 빼고!

 

너무 화가 난 할아버지는 또다시 삼성에 저주를 퍼붙기 시작합니다. 

그때 창고 끝에 있던 세탁기에서 삐익~하는 소리가 납니다. 

 할아버지: 저거 Siemens야! 소리만 들어도 알아!
 나: 삼성 세탁기는 빨래 끝나면 음악이 들리는데, 저 소리는 너무 거슬려요. (우리 지금 뭐 하는 거임?)

 

 

어쨌든 세탁기는 고쳐졌고, 다행히 우리는 훈훈하게 헤어질 수 있었습니다.

하지만, 동방예의지국의 삼성은 앞으로 경로사상에 입각해 나사는 살살 조아주시길...

Ende gut, alles gu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