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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 생활 정보

[독일 생활 정보] 부엌(Küche) 넘겨 받을까,아니면 직접 설치할까?

집이 너무 마음에 드는데, 부엌이 없나요?
아니면 부엌을 넘겨받는 게 합리적인지 고민 중이신가요?
부엌을 직접 설치한 제 경험을 나누고자 합니다. 

 

우리집 부엌 설치 당시 사진


 
이제 이사를 가야 합니다. 새집을 보러 가니, 기존에 살던 세입자가 반갑게 맞이합니다. 그리고는 제안합니다.

 

"부엌을 당신이 넘겨받아주면, 집주인에게 너를 좋은 사람이라고 추천해 줄게."
"그래서 얼마에 넘겨줄 생각이야?"
"응, 저렴하게 2000유로(약 280만 원)"
"너무 비싼데? "
"2000유로가 비싸다고? 나 이거 5000유로는 넘게 주고 설치했는데? 하여튼 오늘 저녁까지 얘기해 줘. 여기 들어오고 싶어 하는 사람은 많아!"

부엌을 당신이 넘겨받아줬으면 해!.

 
집을 구하는 사람은 늘 을의 입장입니다.  하지만 여기서 주의할 점, 집 계약은 집주인과 하는 것이지, 전 세입자와 하는 것이 아닙니다. 집주인과 계약이 끝나면, 전 세입자는 있던 부엌을 떼어가는 수밖에 없습니다. 뭐.. 전세입자가 집주인과 친척관계면 달라지겠지만, 이 경우에는 그냥 포기하시는 게 좋습니다. 그러니, 전세입자에게 절대 휘둘리지 마시길 바랍니다. 하지만, 전 세입자가 집에 있던 가구나 특히 부엌을 넘겨주겠다고 하면, 절대 나쁜 조건은 아닙니다. 일단 가구들을 둘러보시고, 조건이 괜찮은지만 보시면 됩니다. 조건이 마음에 안 드시면, 집주인과 계약 후 그냥 제안을 거절하시면 그만입니다. 그러면 전세입자는 그 가구들을 다 빼줘야 합니다. 
 
그런데 부엌(Küche)은  좀 솔깃하다.

이케아에서 퍼온 이미지입니다.


분명 독일에서 부엌(Küche)을 설치하는 건 비용과 시간이 엄청나게 드는 일입니다. 그래서 전세입자가 부엌을 넘겨주겠다고 하면, 정말 솔깃합니다. 그런데 별거 아닌 부엌인데 2000유로 (약 280만 원)이면 좀 고민이 됩니다. 거의 2-3달치 방세입니다. 이게 합리적인 가격인지가 너무 고민이 되는데, 전 세입자는 재촉을 해댑니다. 
일단 전 세입자에게 시간을 좀 달라고 한 다음에 구글로 들어가 검색합니다. 비슷한 규모의 부엌(Küche)이 500유로 (약 70만 원) 정도입니다. 뭐라고 저걸 5000유로(약 700만 원) 들었다고 뻥치는 거야? 
 

일단 새 부엌(Küche) 설치 비용을 알아보자!
부엌껍질+전자기기+설치 인건비


 
위에 사진에 보이는 모델이 500-600유로 정도라면, 부엌껍질만의 가격입니다. 여기에 필요한 전자기기 가격을 산정해야 합니다. 냉장고, 인덕션, 오븐, 전자레인지, 식기 세척기 등등.. 그러면 총가격은 최소(!) 3000유로(약 430만 원)는 그냥 넘어가 버립니다. 그리고 이게 다가 아닙니다. 설치 기사가 오면, 인건비가 들죠. 또 이게 만만치가 않습니다. 보통 설치기사 두 명이서 이틀에 걸쳐 작업하면, 1000-2000유로(약 140-280만 원)가 들어갑니다. 그래서 5000유로가 뻥만은 아니라는 겁니다. 하지만 또 그게 다가 아닙니다. 부엌 벽면에 또 타일을 붙여줘야 합니다. 이것도 비용이 200유로(48만 원) 정도 듭니다.  부엌(Küche) 상태만 좋다면 2000유로(280만 원)는 나름 합리적인 가격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나는 조그마한 부엌(Pantryküche) 만 있으면 되는데....

그래도 냉장고나 인덕션 같은 Kochfeld가 필요합니다.  만약 부엌껍질이 200유로(약 48만 원) 정도라면, 냉장고와 인덕션 비용이 추가로 들어갑니다. 그러면 설치 비용까지 합치면 최소 1000유로 (140만 원)은 그냥 넘어가 버립니다. 하지만 운이 좋은 경우, 부엌을 배달하러 오는 기사가 50유로 정도만의 비용만으로 설치해 준다고 하기도 하는데, 어느 정도까지(?) 설치를 해주는지는 알지 못합니다. 
특히 학생들 중에 이렇게 고민하시는 분들이 많으실 텐데요. 이런 분들에게는 무조건 부엌(Küche)이 달려 있는 집을 찾도록 하는 걸 추천드립니다. 아니라면, 전세입자와 합리적인 가격에 타협 보는 게 좋습니다. 
 

부엌플랜(Kücheplanung)을 해보자

Bauhaus에서 부엌설계견적 상담하는 모습을 퍼왔습니다.


웬만한 Baumarkt에 가면 'Kücheplanung'이라는 코너가 따로 있습니다, 이케아 같은 브랜드의 부엌(Küche)을 원한다면, 온라인으로도 가능합니다. 일단 이사 가는 집에 부엌(Küche)이 들어갈 자리를 대충 줄자로 재어서, Baumarkt로 갑니다. 거기서 직원과 대충 상담을 해봅니다. 그러면 설치 비용을 포함한 대충 견적이 나옵니다. 냉장고, 인덕션, 오븐 전부 다 새로 맞추실 거라면, 적극 추천드립니다. 
 

인건비가 문제로다

. 만약 기존에 냉장고나 인덕션등 전자 기기들을 가지고 있고, 이들을 중고로 처분할 생각이 없다면, 여기에 맞는 부엌껍질만 사서 조립한 후, 기기들을 넣어버리면 됩니다.  하지만 설치비용이 만만치는 않습니다. 저는 벽 한 군데만 차지하는 일자형 부엌(Küche)을 냉장고 없이 설치해 주는 설치기사를 찾았는데,  이틀 작업에 1500유로 (약 210만 원)를 요구하더라고요. 그렇다고 이 설치 기사들이 빠르게 올 수 있는 게 아닙니다. 적어도 2-3주는 기다려야 합니다. 

직접 설치를 한다면?

 


 
제가 설치기사랑 접촉하다가 너무 스트레스를 받아 직접 설치한 케이스인데요. 결론부터 말씀드리면, 다시는 하고 싶지 않은 경험이었습니다. 전 냉장고, 전자레인지등을 이미 가지고 있었고, 오븐은 필요가 없어서, 위에서 설명드린 부엌설계(Kücheplanung)가 도움이 되지도 않았답니다. 그래서 인터넷으로 부엌껍질만 사서, 스스로 설치해야 했습니다. 총 4일에 걸쳐 작업했고, 나중에는 온몸에 멍이 들고, 매일매일 체력이 바닥까지 소진되는 경험을 했습니다.  하지만 인건비를 생각한다면, 괜찮은 옵션이기도 합니다. 그래서 후회는 없습니다. 
 

직접 설치를 고민한다면?
부엌은 그냥 조립만 하는 게 아니다.

단도직입적으로 말씀드리면, 부엌은 그냥 조립만 하는게 아닙니다. 그리고 인터넷으로 주문해 배달되어 오는 부엌껍질은 내 부엌의 구조 따위는 전혀 고려하지 않습니다. 거기다가 싱크대가 들어갈 자리, 인덕션이 들어갈 자리를 모두 스스로 전기톱으로 잘라내야만 합니다. 거기다가 수도꼭지가 들어갈 자리는요? 여기도 원형톱으로 잘라내야 합니다. 그리고 수도연결하는 부위가 벽밖으로 튀어나와있다면, 여기도 전기톱으로 잘라줘야 됩니다. 그럼 설치된 서랍장들을 벽에 고정시키려면, 드릴로 구멍을 먼저 뚫어야 합니다. 하지만 때에 따라서 어느 정도 융통성을 부릴 여지가 남아있습니다. 내가 넣고 싶은 냉장고를 넣고, 내가 넣고 싶은 오븐을 넣는 뭐 그런거죠.
 

설치에 필요한 기구들은 대여할 수 있다.

결론부터 말씀드린다면, 너무 복잡한 부엌(Küche)만 아니라면 혼자 설치가 가능합니다. 유튜브에도  관련 영상이 넘쳐 납니다. 그리고 성능 좋은 전기톱이나 전동 드릴등은 근처 Baumarkt에서 저렴하게 대여가 가능합니다. 저는 전기톱을 Bauhaus(독일 Baumarkt)에서 대여했는데요, 4시간에 7유로를 지불했습니다. 그래서 결과적으로 지출된 돈은 400유로에 달하는 부엌껍질과 추가로 필요한 손잡이들 20유로, 그렇게 해서 500유로 안에서 해결했습니다. 이미 말씀드렸듯 전기기기들은 뺀 가격입니다. 

 
이사를 준비한다면, 어떻게 하는 게 합리적일까? 
 
기존에 가지고 있던 부엌이 있다면, 합리적인 가격에 넘기고 오는 게 좋습니다. 떼어서 이사하는 것도 비용이 듭니다. 그리고 새집에서 전세입자에게 합리적인 가격으로 넘겨받을 수 있다면, 그게 제일 좋은 옵션입니다. 만약 부엌을 새로 설치해야 한다면,  전자기기 포함, 전체 부엌을 새로 설치하는 게 최선입니다. 이 경우에는 위에 말씀드린 대로 Küchenplanung을 통해 전체 견적을 보시고, 저렴한 옵션으로 선택하시면 됩니다. 저의 경우는 전자기기를 몇 개 어중간하게 들고 와서, 일이 더 복잡해져 버렸습니다. 뭐, 직접 설치한다면 아무 문제가 없지만, 정말이지 권하고 싶지는 않습니다. 
 
TO BE CONTINUED!!